September 13th, 2011 | 4 Comments »

요즘 컴퓨터 앞에 앉는 시간이 비약적으로 줄어들었다.
이안디에 모습이 잘 보이지 않을 때는
늘 그렇듯이 이안디에 들어올 여유도 없을 정도로 바쁘게 잘 지내고 있구나
라고 여기시면 될 듯 하다.

SNS들 서비스도 비슷하게 방치해놓고 있는데
(그래보아야 일본판 싸이월드인 mixi와 일본 지인들과 주로 나누는 facebook이다. 둘다 일본어로 쓰고 있다.)
오랜만에 SNS들에 로그인을 하고 느낀 것인데 지금의 나는 온라인 상에서는 일종의 은둔기인 듯 하다.

물론 굉장히 심플하고 충실한 삶을 살고 있지만.
혹은 지금의 내 삶 자체를 이끌고 나가는게 만족스럽기도 하고 이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벅차기도 해서
나의 삶의 영역을 더 확장하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SNS에서의 몇년간의 지속적인 중얼거림보다
몇년만에 한번 얼굴을 맞대는 것이 나는 좋다.
그 살과 살을 맞대고 얘기하는 것이 좋다.
단편적인 울림, 몇자의 글귀로 그 사람을 아는 척 하고 싶지 않다.

예전에 일본에서 한 수업시간에 꽤 좋아했던 일본인 교수님이 해주신 얘기가 생각난다.
원거리 연애는 힘들다는 얘기였는데
아무리 매일 통화하고 얼굴 볼 수 있는 수단이 많아졌다고 해도
냄새까지 전달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냄새라는 말은 물론 일차적으로는 오감의 하나인 그 냄새이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느꼈다.
체온, 온기, 살떨림, 이 모든 것을 내포하는 단어로 냄새라는 말을 했다고.

홀로그램 3차원이 발달해서 입체영상 통화가 가능하게 된다 하더라도
그건 분명 편하겠지만
직접 만나는 즐거움을 대체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세상이 편해지면 편해질수록, 아날로그에의 회기점이 생기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적절한 조합, 디지로그로 점점 나아가게 되는 것일까.
편안한 수단은 계속 찾아가되, 아날로그의 감성과 느낌은 계속 이어나가고자 하는 그런 변화 말이다.

결국 내가 방점을 찍게 되는 것이 아날로그 쪽인 것은 어쩔 수 없다.
디지털은, 결국 수단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만나고 싶은 것은 그 속에 있는, 온기가 흐르는 사람이다.

Posted in The Sunlit Garden

4 Responses to “디지털과 아날로그”

룬룬 Says:

디지털이 아날로그로 나아가는 하나의 기회가 될 수도 있겠어요. :)

미나샤뜨(minachatte) Reply:

네 ^^
그래서 저도 방점은 아날로그에 있지만 그를향한 도구로 디지털을 이용하는 것에는 주저함이 없답니다 :)

살짝 다른 이야기인데 오늘 뭇 어른들을 울렸다던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을 동생 소개로 봤는데 20세기에 대한 회고가담긴 작품이더군요. 작품 20세기 소년도 그렇고, 참 20세기는 정서적으로 많은 것을 불러일으키는 때인 것 같아요. 물론 그 이유는 저 역시도 20세기 소년이라고 할 수 있는, 그 시대에 유년을 보낸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짱구는 못말려도 20세기를 ‘냄새’로 표현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작품들이 말하는 것도 그렇듯이, 그런 20세기가 주는 정서적인 따뜻함이 단순히 회기나 돌아가자,라는 쪽으로 가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지금, 이때를 어떻게 살아갈것인가, 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지금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혜란 Says:

오래전에 썻던 ‘블로그란 무엇인가’ 란 글에 달아주신 댓글 보고 다시 링크 따라 찾아왔어요. 오래된 글에 남겨진 링크는 대게 닫혀있거나 폐쇄되어 있는데, 계속 글을 꾸준히 써오신거 같아서 저는 괜히 기쁩니다.^^;

음… 저는 실제로 만나기 어렵다는 불편감을 해소시켜준게 sns의 최 장점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거주지를 옮겨서 예전에 친근했던 사람들과 헤어지는것이 괴로운 사람들, 많았잖아요.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즐겁게 지내고, 그 커뮤니티에서 하하호호 살아가던게, 거주지를 옮기는걸로 한순간에 바뀌어야 한다는 괴로움을 좀 완화 시켜 예전에 친근하던 사람들과도 관계를 오래 지속시킬수 있어서, 저는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현실의 삶이 중요한만큼, 저는 디지털의 삶도 소중하게 생각한답니다 ^_^. 뭐가 되었든, ‘그사람’이 남긴 흔적이니까요….

미나샤뜨(minachatte) Reply:

혜란님, 반갑습니다.^^
아이리스 게시판 이야기를 읽고 반가워서 한마디 남겼던 기억이 나네요.

SNS를 즐기는 것은 성격 나름인 것 같아요.
저는 거주지를 옮기면 새로운 거주지에서 또 새로운 사람들과 살아가는데 더 초첨을 두는 편이라, 잘은 모르겠어요. 제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도 저와 비슷한 성격의 사람들이 많아서 막상 SNS로 연락을 하게 되지도 않더군요. ^^;
그렇지만 또 오랜만에 봐도 어제 본 것 처럼 반갑고.
그런 직접적인 만남을 저는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다만 저 역시 유일하게 유지하는 SNS가 일본 쪽의 두가지 인 것을 보면 먼 거리에서 실제로 보기 힘든 사람들과 소식을 간간히 전하기 유용한 도구라는 말씀은 맞는 것 같아요.^^

SNS라는 것도 어차피 하나의 연락 수단이자 도구니까 취향이나 필요에 따라서 적절히 사용하면 될 것 같아요^^

Leave a Reply